본 연구에서 제기하는 물음은 도구에서 출발한 과학기술이 체계를 이룰 수 있는가이다. 호모 파베르의 역설은 인간과 도구의 커뮤니케이션이 재귀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한 체계 속에 역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체계가 산출한 것이 다시 그 체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호모 파베르의 역설은 다음과 같다: ①인간의 본성이 인공물을 만든다. ②만들어진 인공물은 인간의 본성을 만든다. ③인간이 도구를 만들고, 도구가 인간을 만든다. 호모 파베르의 역설은 “X² + 1 = 0”으로 정식화되며, 이 수식은 자기언급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재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설을 해소하는 한 방법은 심리적 체계의 ‘지각 관찰자’와 사회적 체계의 ‘커뮤니케이션 관찰자’를 구분할 때, 이어지는 지시가 재귀적임을 보이는 것이다. 역설은 시간과 공간의 생성과 더불어 가시화되는데, 호모 파베르가 도구에서 출발하여 과학기술을 형성하는 과정을 G. 스펜서브라운의 ‘지시산법’과 니클라스 루만의 ‘자기준거적 자기생산적 체계이론’을 통해 검토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모 파베르의 역설을 해소하는 과정은 과학기술을 체계이론의 지평에 올려놓는 것임이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