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74년에 간호인력으로 독일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튀빙겐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여성(Ms. Oh)의 구술생애사를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을 기본목표로 한다. Ms. Oh는 1942년 일본에서 태어나 양친을 잃고 1948년 부모님 고향인 ‘제주도’로 귀국하여 성장했다. 17세 이후에는 부산과 서울 등지에서 섬유공장 노동자로 홀로서기에 애쓰며, 주경야독으로 노력하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얻었다. 첫 결혼으로 두 딸을 얻은 그녀는 이혼 후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독일로 건너갔다. 슈투트가르트 병원에 배치된 Ms. Oh는 같은 직장에서 대체 군복무 중이었던 독일 남성과 재혼 후 튀빙겐으로 이주했다. 한국에 두고 온 자녀들을 입양하고 재혼으로 얻은 아들딸을 부양하기 위해 Ms. Oh는 피부 관리사와 미용사 자격증을 획득하여 30년 동안 개인사업을 경영했다. 합리적인 ‘독일 시스템’ 덕분 에 독일에서 보낸 반세기는 행복했었지만, 교포 공동체에서 소외되고 독일 사회에도 동화되지 못한 외톨이 인생을 살았다고 Ms. Oh는 회고했다.
Ms. Oh에 관한 사례연구가 갖는 의의, 중요성, 기대효과 등을 다음과 같다. 첫째, 자랑스러운 민족의 일원이 아니라 행복한 개인이 되기로 결심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디아스포라 한인의 이주-이민사를 과잉된 ‘민족/국가 중심주의’ 시각으로 수렴·표준화한 선행연구에 대한 반성과 재성찰을 제안한다. 둘째, 이 구술생애사는 ‘말할 수 있는 서발턴/하층민이 서술하는 공공역사’의 일종이다. 독일과 교포사회의 주변부를 맴돌았던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서발턴이었던 Ms. Oh의 독특한 주체적인 위치는 역설적으로 주류 역사에서 무시된 전형적이지 않은 미시적 사생활의 역사를 기록하는 힘이며 자격이다. 셋째, 이 글은 주인공의 독백이 아니라 대가족의 증언이 보태진 입체적인 가족사라는 장점이 있다. Ms. Oh 부부와 1·5 세대(한국에서 데려온 장녀와 차녀), 2세대(재혼하여 독일에서 태어난 장남과 막내딸), 그리고 3세대(손녀 손자)―이들이 사랑하고 미워하며 연출했던 ‘가족 로망스’는 세계화·다문화 시대가 잉태/재발명하는 ‘새로운’ 가족관계의 모델과 방향을 모색·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