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목적은 새로 발굴한 가집 『靑邱永言』을 학계에 소개하고 그 특성과 계보를 탐색하는 데 있다. 『청구영언』은 현재 일본 간사이[關西]대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신자료이다.
2장에서는 서지적 특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청구영언』은 상, 하 2책으로 편성된 필사본 가집이다. 시조 433수와 가사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상권에는 시조 234수와 가사 1편, 하권에는 시조 199수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 상권은 18세기 후반 가집 『東歌選』의 이본이다. 하권은 “雜歌”라는 제명의 가집이다. 편집 시기나 성격이 다른 별도의 가집 2권을 상하권으로 같이 묶고 “靑邱永言”이라는 제명을 붙였다. 현재와 같은 형태로 편집된 시기는 하권의 악곡 특성에 주목해서 19세기 전반으로 파악했다.
3장에서는 가집의 편제와 악곡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상권은 악곡별 분류 체계로 구성하되 가집의 중심 대목인 이삭대엽은 유명씨와 무명씨로 나누었다. 유명씨에 이전 시기의 가집에서 보이지 않던 작자들이 대거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靑丘永言』(김천택 편)과 비교하면 작품 수는 반으로 줄었는데 작자 수는 오히려 2배 증가했다. 이른바 名賢들을 중심으로 수록 작자를 확대한 결과이다. 연시조가 배제되고 작자별로 1∼3수씩만 수록했는데, 이는 선집 형태로 가능한 많은 명현들의 작품을 수록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권 『잡가』는 전면적으로 악곡 편제로 구성되었다. 악곡이 분화하며 가곡 한바탕이 형성되는 19세기 전반 가곡의 특성을 담고 있다. 우조와 계면조의 분화와 ‘낙’ 계열의 파생곡들이 확인된다. 각기 다른 가집을 함께 묶을 경우 서로 작품이 중복되기 마련인데도 하권의 수록 작품이 상권 『동가선』과 1수도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는 하권의 수록 작품을 선별할 때는 『동가선』을 의식한 결과이다.
4장에서는 규장각본 『동가선』과의 이본 관계를 고찰하였다. 논의 결과 간사이대학본이 규장각본의 저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규장각본은 『청구영언』(간사이대학본)의 상권 『동가선』을 중점적으로 필사한 후 말미에 하권의 일부 작품을 덧붙여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춘 가집이다. 간사이대학본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오류를 수정하고 작자와 작품 일부를 빼고 더하는 방식으로 재편집되었다. 규장각본에서 작품별로 부기된 주제어도 이 과정에 새롭게 부여된 것이다. 이에 따라 『동가선』은 애초에 주제 분류 가집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이에 『동가선』을 주제별 분류 가집으로 일반화하는 시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주제별 분류 가집으로서의 『동가선』은 규장각본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