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발히 진행되는 공급망 재편은 국제경제 체제의 기본 골격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공급망 재편은 본질적으로 ‘차별성’을 전제하고 있어 그간 국제경제협정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아 온 비차별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또한 주요국들이 공개적으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차별 원칙에 대한 공식적 포기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 협정에 대한 저촉 내지 위반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며, 동시에 새로운 협정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양자간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법적 과제를 제시한다. 지금 전개되는 공급망 재편 문제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이러한 법적 함의를 인식하고 관련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그간의 공급망 재편 논의에서는 이러한 법적 접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요 부품 및 소재의 안정적 확보에 대한 경제적, 산업적 측면에서의 검토가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검토가 중요하나 법적 사고와 분석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결국 사안별, 산업별, 기업별 일회적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존 국제경제협정 하에서 최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새로운 국제경제협정의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적 분석과 검토가 필수적이다. 앞으로의 공급망 재편 논의는 체계적이고 면밀한 법적 평가의 토대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