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목적은 20세기 초 경성방송국 라디오 방송으로 송출된 시조 방송 목록을 검토하여 이 시기 시조 예술의 전승상과 그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중방송이 시작되기 전인 1927~1933년 방송을 대상으로 하며 실제 시조창이 어떻게 방송되었는지, 방송 레퍼토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또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당대 시조창의 다양한 계보 및 음악적 특징을 밝히고자 한다.
1920년대 라디오 방송에서 ‘시조’라는 직접적 장르 명칭은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 방송 곡목을 검토하면 시조 방송이 타 장르와 묶여 송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 라디오 방송 목록에 제시된 ‘장르명’에 대한 해석은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조는 특히 가사와 함께 방송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당대 연창 관습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가창가사와 시조의 연행적 밀착성은 20세기 초에도 고스란히 전승되어 이 시기 새롭게 출현한 매체인 라디오에서도 드러난다 하겠다.
또한 라디오 방송은 20세기 초 시조창이 다양한 계보를 통해 전승되었음을 알려준다. 기생들이 부른 기판 시조의 경우 권번의 성격, 재직 사범들의 음악적 성향에 따라 세밀하게 다른 특징들을 지닌다. 시조 방송의 중심에는 한성 권번과 조선 권번이 있는데 이들은 잡가 혹은 가곡과의 연계 속에서 시조창을 변형시키고 새로운 미감을 추구하려고 했다. 라디오에서 확인되는 기판 시조의 다양한 면모들은 당시 서울에서 경제 시조가 얼마나 다채롭고 활발하게 향유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