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어와 일상어의 차이를 드러내기는 쉽지가 않다. 그것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이 시에 사용되기도 하고, 시에 쓰이는 낱말이 일상에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일상어가 단어나 구의 의미단위가 된다면, 시는 텍스트 전체로서 하나의 의미 단위가 된다. 그러기에 시는 전체를 통해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간접적 의미전달 방식이다. 일상에 대한 개혁이나 새로운 창조를 꿈꿀 때, 시인은 새로운 언어를 꿈꾼다. 그렇게 사용된 언어가 시어다.
한국현대시 시어사전에서는 ‘시르미’를, “높은 산에 꽃피는 식물명 → 시로미”로 기술하면서 ‘시르미’와 ‘시르미꽃’의 용례를 들고 있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시어는 일상어가 갖지 못하는 언어의 틈새에 태어나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개인적 언어다. 그러기에 시어의 의미를 고증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해석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자연어를 인간 정신의 산물로 보는 인지언어학에서는 현실의 개념은 어떤 형태로든 언어 구조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본고에서는 현대시에 나타난 ‘시르미(꽃)’의 양상을 살펴 그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시르미’는 제주도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 자라는 시큼한 열매를 다는 나무로, 제주도 방언으로는 ‘시로미’, ‘시라미’, ‘시러미’, ‘시럼비’, ‘시루미’ 등이 있다. 그리고 식물 이름이 아닌, 떡 찌는 시루를 닮은 산이라는 의미로 ‘증산(甑山)’ 혹은 ‘시루뫼’라 하였고, 이는 달리 ‘시르미’, ‘시루미’, ‘시르메’, ‘시루산’, ‘시루봉’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울러 박용철의 번역시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시르미(꽃)’는 제비꽃의 다 른 이름인 것을 원문과의 비교를 통해 고증하였다.
아울러 시어 ‘들마꽃’이 ‘제비꽃’의 다른 이름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본고에서는 ‘시르미(꽃)’는 제비꽃의 또 다른 이름임을 원문과의 대교(對校)를 통해 밝혔다. ‘들마꽃’이 ‘들+(말+꽃)’, 즉 들판에서 볼 수 있는 말을 닮은 꽃이라면, 박용철의 번역시에서 ‘시르미(꽃)’는 ‘시름+이+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꽃의 형상이, 시름을 많이 가진 이가 고개를 숙인 모습과 유사하여 붙인 이름이거나 (꽃)씨름의 도구로서의 꽃이자 씨름의 형상을 드러내는 꽃으로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