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문구의 초기소설에 나타난 가족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문구 초기소설에서 가족이 문제가 되고 있음은 일찍이 인식된 바 있고 이를 전면적으로 다룬 연구 또한 최근에 제출되었다. 기존의 연구는 초기소설에서 가족의 해체가 반복적으로 형상화되는 이유를 이문구 개인의 가족 상실 경험에서 찾은 바 있다. 이 글은 기존의 관점을 수용하면서, 초기소설 속 가족들이 존재하는 양상을 텍스트 내적으로 분석하였다. 초기소설에서 가족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해체되는 이유는 남성·세대중심적 가족관념, 즉 가부장적 가족제도이다.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여성을 배제하게 되고, 이에 대한 여성인물의 저항과 갈등으로 인해 가족의 해체가 이루어진다.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여성의 소외뿐만 아니라 전통적 가족제도에 편입되지 못한 무기력한 남성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소설에서는 가족의 해체를 넘어 가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가부장적 가족이라는 실패한 가족 형성 시도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추구되는데, 여성의 역할 복원과 혈연중심적 가족 구성의 극복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이문구의 초기소설이 단순히 가족의 해체만을 파국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가족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나아가 가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 가족의 새로운 배치 실험들이 출현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선구적인 성찰로 참조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