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황병승의 시에 나타난 성적 발화에 주목하여 그것이 어떤 양상으로 담론화되는지, 또 그것이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는지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퀴어의 정동을 중심으로 고백성과 도착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고백적 언술은 수치의 정동과 관련된다. 수치의 정동은 수치의 감정처럼 정확하고 분명하게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며 사회적 몸들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다. 황병승의 시에서 그것은 성적 해방을 지향하는 담론의 첫 단계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또 성도착적 발화들은 지배담론에 대한 강한 전복성을 드러낸다. 생물학적 사건이라기보다 문화적 코드로서의 성격이 강한 황병승의 시 텍스트는 강렬도 높은 정동들을 생성해 고정관념 깨뜨리기를 수행한다. 시적 주체의 이런 성적 발화는 당혹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시의 주체가 시인 자신이 아니므로 황병승 시인은 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고안해낸다. 이런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차이와 이질감들이 마주치는 낯선 정동을 생성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에 정동되게 하였다.
황병승 시의 성적 발화가 고백성과 도착성으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연결되거나 중첩되면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의 시는 퀴어 정동을 생성하여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로써 텍스트에서 병리적으로 보이던 성적 발화들은 추상적이고 자유롭고 무의식적인 신체의 느낌인 퀴어의 정동들을 드러내면서 사회적 배제의 경계를 지우려는 미시담론 형성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