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한국 민주주의 관점에서 남북 화해협력 정책이 갖는 의미를 재구성함으로써 소극적 의미의 평화공존에서 화해협력으로 나아가야 하는 규범적 이유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분단체제로 인한 역사적 부정의가 한국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현세대는 이를 바로잡음으로써 이러한 부정의가 새로운 부정의를 낳는 것을 막아야 할 시민적 책임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화해는 이러한 책임에 기초한 실천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한반도라는 공간에서 생활공동체를 구성하는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 남과 북이 서로를 돌봐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므로, 정치ㆍ안보ㆍ경제ㆍ기술ㆍ환경 측면에서 발생하는 공통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고, 민주적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