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독일이 통일된 지 30여 년이 지났다. 독일 통일은 두 독립 국가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룬 통일이라기보다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통일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기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서독의 체제와 가치가 우선시되었고 동독의 유물로는 교통 신호등 ‘신호등 맨 Ampelmann’만 살아남았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왔다. 특히 통일 직후 지역이나 젠더 그룹별로 살펴볼 때 동독 출신의 여성들이 통일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분석이 많이 나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통일 30년이 지난 상황을 분석해 볼 때 가장 사회적 위상 변화가 큰 그룹이 바로 ‘동독 여성들 Ostfrauen’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통일 독일에서 동독적 가치를 확장시키고 전체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일 이후 장기간 독일의 총리를 역임했던 앙겔라 메르켈을 필두로 정치, 경제, 사법, 교육 등 각계각층에서 동독 출신 여성들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더불어 ‘동독 여성’이라는 신화가 생겨났는데 이것이 단순한 신화인지, 현실이 뒷받침되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내용과 양상은 어떠하며 그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이 글의 목표가 있다. 이것은 동시에 통일 이후 동독 여성들의 역량 강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자부심이 강하고 직업의식이 높으며 일과 가정을 병행했던 동독 여성들의 삶의 가치가 통일 이후에도 이어져 이러한 성공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