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계원필경집』 권18부터 권20 사이에 보이는 배찬과 그의 일가에 관하여 작성한 최치원의 글을 검토한 것이다. 여기에는 배찬과 그 일가와 관련하여 작성한 글이 대략 12편에 이르고 있다. 그가 배찬 및 그 일가에 관하여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당에서 그의 출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회남 고변 막부에 복무하면서도 항상 배찬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필요할 때는 편지를 보냈고 심지어 배찬 일가의 경제적인 문제를 고변을 통해 해결하려 하였다.
그런 중에 최치원은 절도사 고변이 점차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여용지가 권력을 오로지 하는 것을 몸소 겪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고변의 막부에서 벗어나 배찬의 도움을 받아 중앙으로 진출할 기회를 잡고자 하였다. 그러하였기에 배찬이 중앙 관직을 제수받자 곧바로 그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그의 이와 같은 노력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는 뜻하지 않게 신라로 귀국하게 되었기에 당의 중앙으로 진출하려는 꿈은 끝내 좌절되었다. 비록 사정이 그러하였으나 『계원필경집』에 남긴 배찬과 그의 일가와 관련하여 작성한 글은 중앙으로 진출하려는 그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