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월경성 환경문제이다. 1991년 에스포협약은 월경성 환경영향평가수행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가 계획 초기 단계에 특정 활동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국경을 넘어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주요 프로젝트로 정하여 부록 I에 포함한 활동에 대해 국가가 서로 통보하고 협의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상이 되는 활동목록은 개정을 거치면서 구체화하였는데 특히 원자력분야는 범위를 확대하는데 성공하였다.
유럽은 에스포협약을 이미 800건 이상의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적용하였고, 연간 100건 이상씩 적용하는 유용한 절차로 평가하고 있다. 하나 이상의 국경을 마주하는 국가가 많은 유럽의 지정학적 특성도 에스포협약의 유용성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객관적인 기준과 적절한 절차가 도입되는 경우 오히려 국가사업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환경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영향을 다수의 당사자가 고민함으로써 정쟁이 아닌 실질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이거나 대안을 마련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일차적인 사고와 이차적인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주변국으로써 자국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가적 논의를 할 매개체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사전협의와 양해 모두 건너뛰고 IAEA의 보고서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에스포협약과 같은 월경성 환경 영향평가협약이 도입되었더라면 일본이 국내법과 IAEA의 안전협약, 원자력사고의 조기 통보에 관한 협약에 따라 재해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주변국에 통보하는 것에 더하여 사고 10년이 지나서 새로이 피해를 야기하게 된 월경성 환경문제에 대하여는 주변국으로 구성된 공동환경영향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정부도 열차 등 동북아개발과 관련하여 에스포협약의 내용과 절차를 그대로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2010년 초반에 이루어지다가 중단되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에서는 2019년에 에스포협약과 동일한 내용과 절차를 담은 동북아국가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시하였다. 다시 한번 아시아형 에스포협약의 규범을 도입하거나 에스포협약에 가입하도록 하여 월경성 환경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에스포협약은 활동목록에 원자력 관련활동을 명시하고 있으며 유럽국가들간의 원자력발전소건설과 재처리 등 활동에 에스포협약을 적용한사례가 다수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2003년 원전 냉각수 순환시 발생되는 온배수 배출은 사람의 활동에 의해 자연환경에 영향을 주는 수질오염 또는 해양오염으로 환경오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손해배상을 결정하였다. (2001다734판결). 만약 국가간 사전협의체가 구성되었다면 국내법으로 개념화되어 있는 원전사고 오염수에 대한 배출이 국내법상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전 세계 국가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 행위에 대해 협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도 호소할 곳이 없었다. 월경성 환경문제에 대응할 협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