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야노 쿠니타로가 쓴 『경부철도여행』(1905)를 활용하여 경부철도 개통초기 일본인의 남한지역 여행을 검토한 글이다. 야노는 1904년 12월 말 경부철도 전구간 개통을 맞아 철도연선을 따라 부산, 대구, 대전, 성환, 수원, 서울, 인천 등지를 살피고 있었다. 당시 경부철도는 아직 개통 초기인 데다가 무리하게 조기 준공한 탓에 많은 문제점과 불편함을 안고 있었다. 게다가 애초 일본의 식민지배를 돕기 위해 건설되고 있었기 때문에 철저히 ‘일본인 본위’로 운영되고 있었다.
여행일정을 보면 야노의 주된 관심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주요 전적지인 성환과 인천에 있었다. 당시 야노는 강대국 중심의 제국주의 이념과 맹목적 애국주의에 빠져 있어서 이 지역 방문을 통해 일본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참상은 외면한 채 전쟁으로 얻은 국익에만 집착하였다. 또한 그는 한국을 근대화, 문명화시켜야 한다는 사명의식에 충만했고, 한국인을 게으름, 야만, 겉멋, 불결, 비위생의 악습을 지닌 민족으로 멸시하고 있었다. 야노에게 경부철도는 청일‧러일전쟁의 전적지를 방문하면서 일본제국주의의 위상을 체감하도록 돕고 그의 맹목적 애국주의를 고양시키는 유용한 수단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