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기생 강명화의 정사 사건은 새로운 연애문화의 확산 가운데 전통과 근대 사이에서 충돌하는 다양한 시각과 욕망을 이해하기 위한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강명화 정사 사건의 소설 수용 양상은 문단의 안과 밖, 때로는 그 경계에서 다채롭게 이루어졌다. 특히, 현진건의 「그리운 흘긴 눈」과 「새빩안 웃음」, 이해조의 『(여의귀)강명화실기』를 비롯한 딱지본 대중소설, 노자영의 「무한애의 금상」은 강명화 정사 사건의 각기 다른 소설적 전유의 양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텍스트가 된다. 각 작품들은 강명화 정사 사건을 수용하면서도 미디어적 차이나 독자전략에 따라 흥미로운 차이를 보인다. 현진건의 「그리운 흘긴 눈」과 「새빩안 웃음」이 『폐허이후』와 『개벽』이라는 잡지를 통해 지식인 독자층을, 이해조의 『(여의귀)강명화실기』를 비롯한 딱지본 대중소설들이 주로 전통적 대중독자층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노자영의 「무한애의 금상」은 그 사이에 존재하는 학생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었다. 이러한 특성은 1920년대 기생 강명화 정사 사건의 사회문화적 의미는 물론 이에 대한 동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또한 1920년대 문단의 안과 밖, 그리고 그 경계에 존재하는 다층적 문학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