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의 전설 연재물 「전설의 조선」(1927.8.20~12.28) 및 「전설」(1932.6.2.~10.15)의 문화적 위상을 탐구하는 데 있다. 그간 연구자들은 ‘한국 전설의 역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이 시기의 전설자료집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루어졌으므로, 이들 선행연구를 토대로 한국 전설의 역사를 보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연구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홍기의 『조선전설집』(조선출판사, 1944)이 한글로 펴낸 최초의 전설자료집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전설자료집으로 최상수의 『한국민간전설집』(을유문화사, 1947.; 통문관, 1958)이 최초 자료집으로서 평가를 받아 왔으나, 이홍기의 『조선전설집』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홍기의 전설자료집은 『동아일보』의 전설 연재물인 「전설」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동아일보』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까지 민간전승의 조선 전설을 발굴하고, 신문지면에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전설의 조선」, 「전설」이라는 제명의 연재물이 그것이다. 이 연재물에 수록된 전설 자료들이 비록 책자 형태로 함께 묶여 발간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목적 하에 조선 전설을 수집하여 소개한 컬렉션, 즉 자료집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일제의 식민 정책에 대응하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작업한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이들 전설 연재물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위상과 가치는 높고 크다. 또한 『동아일보』의 전설 연재물은 식민지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정신과 향토성을 발견하고 부흥시키려 했는바, 이는 우리 민족 전체를 대상으로 문화 치료의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