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셀린 시아마의 영화를 퀴어 페미니즘 관점으로 분석함으로써 젠더 재현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둔다. 여성의 동질적인 경험에 대한 공감과 연대에 강조점을 두는 영화는 남성/여성, 이성애/동성애의 이분법적 체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내부의 차이에 대한 고찰, 그리고 정체성의 선천성 및 불변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은 중요한 페미니즘 의제이다. 셀린 시아마는 자신의 영화에 이러한 의제를 담아낸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억압적 권력 체계에 저항하는 투사와 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들은 체계에 공모하는 과정 중에 균열을 만든다. 규범적 젠더 수행의 반복 속에 어긋나는 순간을 만들어 규범 체계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젠더 규범에의 공모와 전복이 공존하는 인물들의 수행적 모순은 젠더가 고정불변하지 않고 유동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젠더의 유동적 성질은 영화 속 인물이 물속에 들어가는 장면을 통해 강조된다.
셀린 시아마 영화가 보여주는 퀴어 시간성은 문제의 해결과 진보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시간성을 거스른다. 그의 영화는 서로를 상처입히는 여성들, 이뤄지지 못한 사랑 등 부정적 정동을 생성하는 이야기에 머무른다. 해소되지 않은 슬픔을 지니면서도 옅은 웃음이나 단호한 표정을 짓는 인물의 얼굴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출은 과거의 상처를 동력 삼아 미래를 제한적으로 긍정하는 세심함이다. 퀴어 시간성은 아이들이 영화의 주체라는 데서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아이는 지연 속에서 성장하며, 비체를 혐오하기보단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섹슈얼리티의 모든 가능성에 열려있는 아이들은 이성애 중심의 재생산 미래주의를 비튼다.
‘남성적 응시’는 여성 신체를 향해 카메라가 작동하는 방식과 그 기저에 깔린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의 무의식을 비판하는 개념이다. 셀린 시아마는 ‘남성적 응시’를 전복할 뿐 아니라, ‘여성적 응시’로의 단순한 도식적 반전을 거부한다. 그의 영화에서 여성을 향한 여성의 시선은 레즈비언 욕망과 젠더 규범이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퀴어 응시’는 여성과 남성, 이성애와 동성애, 주체와 타자의 구분을 의심스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