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나의 해방일지〉의 등장인물들이 후기 근대의 자본주의적 일상의 억압에서 주체의 타자화를 경험하고 좌절하는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최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등장인물들은 일상의 억압으로 인한 타자화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각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의식하고 질문하며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데 이 과정을 자기의 서사 쓰기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분석의 결과, 중층적인 타자성을 갖고 있는 주인공 미정은 외부 세계로부터의 억압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에 저항하고 탈주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자기의 서사 쓰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로부터 추앙을 요구받은 구씨는 추앙 프로젝트에 동참함으로써 소멸 직전의 타자화된 주체의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기정과 창희 역시 각자의 실천 속에서 해방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실천은 타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한다. 타자는 주체가 해방되기 위해 부정되거나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타자는 억압적 일상뿐이 아니라 주체 내면의 어두운 기억, 실패한 연애, 두려움의 극단에 있는 죽음의 얼굴로 출몰하는 그 무엇이다. 이들을 두려움 없이 환대할 때, 타자의 타자로서 자기 자신을 안아줄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실현을 통해 해방에 이르는 방법이다. 이렇듯 타자로서의 자신을 끌어안음으로써 해방된 주체는 타자에 대한 진정한 포용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생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윤리를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