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불교와 원효의 사구 해석과 서구의 형식논리학, 변증논리학, 초월논리학과의 비교를 주제로 하였다. 실체에 기반 한 외도의 사구적 주제에 대해 부처가 침묵으로 일관한 십사무기(十四無記)나 용수의 중론(中論)이 사구 부정으로 일관한 것이나 사구 부정의 일관된 흐름을 가진다면, 원효의 불이공지유(不異空之有)에 기초한 사구 긍정은 이와는 정반대의 사구 해석의 태도를 나타낸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전자는 다름에 기초한 이적(異的) 인식에, 후자는 다르지 않음에 기초한 불이적(不異的)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서구 논리학과 사구를 비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은 실체(본질) 개념에 대한 정적 관찰을 전제로 동일률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모순율, 배중률의 3대 원칙을 기초로 하는데, 동일성(identity) 개념 자체가 이공지유(異空之有)의 인식에 기초하여 제1구의 유구(有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 이는 육사외도의 수론외도(數論外道)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의 변증논리학은 실체(본질)과 동적 자기 반성에 따른 가상(假像)이 같음을 전제로 정반합의 3원적 리듬에 따른 사유의 전개를 나타내는데, 부정을 논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제2구의 비유구(非有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 이는 육사외도의 승론외도(勝論外道)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칸트의 초월논리학은 경험을 가능케 하는 선험적 인식 조건을 제시하였는데, 선험과 경험, 물자체와 현상, 예지체와 경험체 등의 분리와 종합, 판단과 범주의 네 가지 기본형식과 네 가지 이율배반은 불이적이며 사구적 요소가 나타나고 있어 불교 사구와 형식적‧내용적 면에서 가장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