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은 1548년 1월에서 9월까지 충청도 단양군수를 지내다가, 그해 10월에 경상도 풍기군수로 자리를 옮겼다. 짧은 재임 기간 단양군수 퇴계는 부임 한 달 만에 둘째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퇴계의 단양군수 생활은 단양지방의 흉년과 기근을 구제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었다. 1548년 당시 단양군의 백성들을 향해 올바른 정치를 펼친다는 것, 그것은 퇴계의 인격과 퇴계학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퇴계 이황의 사후, 언젠가부터 단양군수 퇴계 이황이 단양의 관기 두향과 사랑에 빠졌다는 서사가 유포되었고, 이는 소설, 답사기, 학술 서적의 소재로도 활용되었다. 그것은 분명 퇴계의 앎과 삶, 그리고 퇴계학의 정체성과는 다른 얘기라는 데 문제가 있다. 단양군에서는 1987년부터 매년 두향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30년 후인 2017년에는 단양의 장회나루 언덕에 퇴계-두향 서사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공원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퇴계 이황에 대한 연애 서사가 지역 축제의 이름으로, 문화 산업의 명목으로 무책임하게 유포되는 것은 마땅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