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초고령화 사회 및 초개인화 시대에 대응하는 인문커뮤니티케어의 비전과 철학을 논의한다. 인문커뮤니티케어는 지역에 사는 이들이 서로를 친구이자 이웃으로 여기며 좋은 삶-관계를 만드는 과정으로서 사람을 중심에 둔 돌봄 체제를 뜻한다. 이는 단순히 물질의 충족이나 서비스의 수혜가 아니라, 사람을 존재 자체로 존중하고 서로 돌보는 안전한 커뮤니티의 형성을 목표로 삼는다. 이때 좋은 관계는 커뮤니티케어의 다양한 지역적⋅장소적 특색을 고려한 구체적인 실행단위이자, 계량화·수치화할 수 없는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여부를 평가하는 질적 지표로 삼아져야 한다. 필자는 독일 ‘다세대주택’과 서울 ‘달꿈예술학교’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한국사회에 이미 존재하거나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인문커뮤니티케어의 잠재력을 논한다. 독일 다세대주택은 국가 자본에 의해 도시와 마을에서, 서울 달꿈예술학교는 민간의 풀뿌리 운동을 통해 동네에서 인문커뮤니티케어를 창의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필자는 두 사례의 시사점을 자발적 참여와 다공적 반려로 특징짓는다.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인문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균일하고 동질적인 가족의 친밀권을 넘어 자발적인 연결의 욕망을 따라 저마다 다른 형태와 리듬으로 상호의존할 수 있는 관계의 친밀권을 구성해야 함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