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인격의 동일성 문제에 관하여 칸트가 볼프의 무엇을 비판했고 무엇을 계승했는지 확인하여, 칸트의 인격의 동일성 논의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11781, 21787), 오류추리론에서 인격의 동일성의 문제를 다루면서, 당대 강단 철학자의 이성적 영혼론에 대해서 ‘나는 생각한다’라는 주관적으로 필연적인 명제를, 모든 이성적 존재자들에게 일괄 적용함으로써 오류를 일으킨다고 보았다.
칸트의 주장의 타당성과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볼프의 독일어 형이상학(deutsche Metaphysik, 1720)에서 다루는 인격의 동일성 논의를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볼프는 영혼 불멸의 맥락에서 자기 동일성을 의식하는 인간 영혼을 다루면서 영혼은 인격으로서 자신의 자유로운 도덕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볼프의 인격적 동일성은 신의 완전성을 드러내는 질서의 일부로서, 인격적 존재로서 인간은 이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행위의 완전성을 추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신의 완전성과 연결된다.
그러나 칸트가 보기에 기존의 인격의 동일성 논의에서 오직 확실한 것은 주관적인 자기 동일성에 대한 의식일 뿐, 인간 영혼 일반의 동일성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인격이 지니는 도덕적 행위와 그 책임의 문제, 다시 말해 인격에 대한 실천적 의미에 주목한다. 이제 칸트의 과제는 ‘인격을 실천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이로써 칸트의 실천철학에서의 인격에 대한 논의의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