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책임보험에서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에 체결되는 보험계약에 영국법 준거약관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유효성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책임보험에서 제3자의 직접청구권과 관련해서는 현행 국제사법이 명확한 준거법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권설과 보험금청구권설이 대립하고 있고, 현재의 주류적인 학설과 판례는 손해배상청구권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청구권설이 가지고 있는 이론적 약점을 고려할 때 제3자의 직접청구권은 보험금청구권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제3자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에 대해서는 법적 성질에 관한 위와 같은 견해 대립과 별개로 불법행위의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와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대립하는데, 대상판결(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42599 판결)은 제3자의 직접청구권에 관한 법률관계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제3자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관계에 해당한다고 보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준거법은 그 기초가 되는 책임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직접청구권을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제3자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한 관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그 준거법을 피보험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아닌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고 보아 그 자체로 논리적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채무인수에 관한 국제사법 제54조 제2항의 규정이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일반적임에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위 규정을 준거법 결정 시 참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것은 오히려 준거법 결정 기준과 관련하여 불명확성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보험금청구권으로 보고 제3자와 보험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적용하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간단하다. 다만 이 경우 대상판결과 같이 보험계약에 포함된 영국법 준거조항에 따라 1930년 제3자 권리법[Third Parties (Rights against Insurers) Act 1930]이 적용되어 직접청구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는데, 상법 제724조 제2항을 국제적 강행규정으로 보아 국제사법 제20조에 따라 위 규정을 적용하여 제3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입법론적으로는 계약외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유럽연합 규정(로마 Ⅱ)에서 정한 바와 같이 제3자의 직접청구권을 불법행위 또는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선택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