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조광』의 국내 기행문을 분석하여 식민지 조선이라는 공간이 일제 말기(1935~1944년)에 대중 담론에서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기존 연구에서는 1920년대에 국토에 대한 민족주의적 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던 국내 기행문이 193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점차 정치적 목소리를 줄이고 단순 기록 위주의 잡기로 변했음을 보였다. 이 연구는 문화통치기의 민족주의 서사에서 일제 말기의 내선일체나 대동아공영권 서사로의 전환이 바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또한 이 전환기라 부를 수 있는 시기에 국내 여행기라는 장르에서 새로운 형태의 기획과 작문이 행해진 점에 주목한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는 이 과도기에 전개된 『조광』의 국내 기행문이 두 가지 경향, 즉 첫째, 편집부가 여행지·피서지 경험담을 특집으로 기획해 집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 둘째, 역사·문화 유적지 답사기가 마치 박물관과 같은 공간을 텍스트로 만들어 내서 역사·문화 정보를 최대한 보여주는 서술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조광』의 국내 기행문이 전환기를 끝낸 일본 제국주의의 전시체제 이념에 훈련소탐방기를 헌납하는 형태로 순응했음도 알아냈다. 이 논문은 대중잡지 국내 기행문의 전환기적 전개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일본 제국주의가 전쟁을 위한 이념의 일원화에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에도 식민지 조선 공간의 다층적 재현이 완전히 멈추지 않았음을 보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