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중일전쟁 전후의 간호부 제도 개편과 그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한다. 개항 이후 서구 의료제도와 지식의 유입을 계기로 간호부는 조선 사회의 새로운 직업으로 정착하였다. 간호부는 이전까지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의 ‘간호’ 노동에 전문성을 부여한 측면, 그리고 여성들에게 새로운 학업과 노동의 기회를 제공한 측면에서 각각 의료사적, 여성사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간호부는 의료 부문의 타 직군과 비교하였을 때 그 인식이 제한적이었다.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 병원 중심의 근무환경, 사회적 편견, 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간호부 제도가 개편되면서 간호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변하였다. 비록 전시동원을 염두에 둔 제도의 개편이었지만, 이는 간호부의 규모 확대, 간호부의 지역적·공간적 근무공간 확산, 교육과 언론매체를 통한 긍정적 이미지 파급 등을 야기했다. 일부 간호부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승진, 결혼 시장에서의 우위 등을 전유하였다. 이처럼 식민지 말기에 조선인 간호부들이 겪었던 일련의 경험들은 해방 후 한국으로 계승되어 간호 경험, 간호교육에 대한 합의, 간호협회 조직, 간호부의 자기 인식 등 간호부 사회에 유의미한 유산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