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는, 언어적으로, ‘부분에 대한 전체의 우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본 논문이 문제로 하는 것은 ‘역사적인’, 20세기 전반기, 특히 1930년 대와 제2차 대전기 역사를 표현하면서 그것을 만들어갔던 ‘전체주의’이다. 당시, 전체주의는, 독일과 이탈리아에서처럼, 일본의 제국/식민지에서도 1940년 전후 체제·질서의 영도 원리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조선 지식인들은 1930·40년대 전반기에 성(盛)하였던 세계사적 시대 전환기 내지는 전형기성과 전체주의의 세계 지배성을 의식하면서 전체주의를 ‘수용’했다. 그 들은 독일 제3 제국에서 발달한 ‘피와 흙(血土)’론을 통해 ‘민족’을 ‘전체’로 구성하였다. 또한, 그들은 사회 유기체론을 전용해 민족·국가를 유기체로 표상하고, 그 구성원을 ‘사지’(四肢)로 정체화하였다.
그렇지만, 조선 지식인들은 전체주의에 있어 ‘국민과 민족의, 또 그것들의 외연 상 불일치’와 ‘민족 지상과 국가 지상의 상충’을 비판하였다. 나아가, 그들은 전체주의의 혈통지상주의가 당대 일본 제국 ‘동아협동체’론을 위협한다고 비판하였다. 바로 이것이 1930년대 후반 이후 일본 제국/식민지 체제 내 지배 이데올로기의 내파 현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