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張維)는 주자의 『중용장구』를 읽고 의문점 3가지를 제기하였는데, 본 연구는 정제두(鄭齊斗)가 그의 「중용설(中庸說)」에서 장유의 의문점을 어떻게 반영하여 해석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장유는 「중용장구중유의자삼(中庸章句中 有疑者三)」이라는 글을 통해 주자의 『중용』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정제두 또한 이 부분에 대한 해석에서 장유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유는 수장의 ‘修道之謂敎’에서 ‘수(修)’를 성인(聖人)의 품절(品節)이라고 한 것과 ‘교(敎)’의 방법으로 성인이 품절해 놓은 예악형정(禮樂刑政)을 제시한 것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정제두는 수도의 주체를 인간으로 규정하고, 마음의 자각을 통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성인이 품절해 놓은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피동적인 인간이 아니라, 하늘이 품부된 인심을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그가 볼때 『중용』은 수도지서(修道之書)가 되며, 『중용』 안에서 제시되는 모든 것은 수도의 방법이 된다.
둘째, 장유는 주자가 비은(費隱)을 12〜20장에만 적용한 것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정제두는 이에 대해 비은이라는 말이 12장에만 보이더라도, 뜻으로 보면 전편의 내용이 모두 비은이라고 하였다. 정제두는 ‘비’를 수도(修道)로, ‘은’을 솔성(率性)으로 해석하고, 『중용』 전편의 요지를 솔성과 수도로 보았다. 따라서 그가 생각한 비은의 적용 범위는 『중용』 전체가 되는 것이다.
셋째, 장유는 『중용장구』 5장이 하나의 구(句)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정제두는 33장 체계를 7장으로 개편하였고, 크게는 상⋅하편으로 나누었다. 그는 7개 장의 중심 요지를 모두 솔성과 수도로 규정하였고, 상⋅하편 체계에서 상편[ 1~3장]은 도체(道體)를 설명하여 용(庸)의 도(道)라고 하였으며, 하편[4~7장]은 중용의 공부를 말하여 용의 학(學)이라고 하였다. 그는 『중용』이 도체와 공부의 방법을 같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고 여겼으며, ‘용’이라는 말을 강조하여 배움의 중요성, 즉 학자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정제두의 『중용』 해석에는 장유의 의문이 반영되어 나타나는데 이러한 3가지 의문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결국은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것은 『중용』이 수도지서이며 『중용』 전편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자각에 의한 실천이다.
개인이 마음의 자각을 통해 능동적으로 중용의 도를 실천하기를 바란 것이다. 이것은 장유와 정제두가 일정 부분에서는 주자학을 수용하지만, 실천의 입장에서는 양명학을 바탕으로 『중용』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의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수도와 수양을 중시하는 양명학의 입장에 서서 『중용』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