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암 배극소의 학문적 관심은 다양한 유학적 주제에 걸쳐 있었지만, 그의 대표적인저술은 예학(禮學)에 관한 사례간요(四禮簡要)이다.
19세기에 편찬된 사례간요는 사례(四禮: 관·혼·상·제)와 관련하여 시대의 변천에 따른 새로운 적절성을 모색하면서도 어떻게 핵심적 가치와 의의를 놓치지 않을 수있을 것인가라는 분명한 목적성을 갖고 편찬되었다. 배극소가 이러한 예학적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실천적 작업으로 연결한 데는 그동안 조선에서 수행되고 축적된 예학적자산과 전통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사례간요는 조선에서 생산된 예서와 예설을 중국의 예서나 예설보다 더 많이 인용하고 있다. 비단 양적인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그렇다. 배극소는이렇게 조선시대 예학적 자산을 사례간요에 적극 반영하였지만, 이 과정에서 학파적으로 매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즉, 조선시대 예학을 풍성하게 가꿔온 영남학파와 기호학파의 연구 성과를 공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간요의 특징은 조선시대 예학이 연구의 단계를 지나 실행의 단계로 나아갔던 19세기 조선 예학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