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800년대 후반에 일부(一夫) 김항(金恒, 1826~1898)에 의해 완성된것으로 알려진 정역(正易)이 한국 근대 시대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역의 시간관을 통해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1950년대 초중반에 제기된 세계력(世界曆)에 관한 논의 속에서 언급되었던 정역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 시기까지도 전 세계적으로통용되는 표준 달력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정역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를 단서로 하여 구한 말 일제강점기에 전통적인 시간관과 서구에서 유입된근대적 시간관이 혼재하면서 겪게 되는 조선인들의 시간 개념에 대한 혼란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한국 근대 시기에 정역은 전통적인 역학(易學)적 사유에 기반하면서도새로운 시간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희팔괘, 문왕팔괘 이후의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를 제시하여 과거→현재→미래로의 시간적 변화를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 변화는 근대적 시간관처럼 앞으로 전진하기만하고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시간관이 아니라, 공간과 인간이 연계된 시간관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역의 시간관을 본 논문에서는 반전되고 반추하는 시간관, 공간적·도덕적 시간관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정역의 미래의 비전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인간의 역할을 담고 있는 시간관은 일제강점기 불평등 타파를 향한 민중적 움직임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