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자 예학의 집대성인 『의례경전통해(儀禮經傳通解)』 속에 숨어 있는 권력 주체 간의 긴장 관계를 탐색하기 위한 시론이다. 예는 본질적으로 통합[和]과 구별[別]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감을 유발한다. 공자는 모든 권력 주체가 동의하는 ‘차등을 인정하는 통합’을 인간 내면의 자연스러운 바람이라고 해석했고, 주자는 그 내면의 바람을 ‘천리(天理)’라고 부르며 절대화·보편화 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목하는 예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례경전통해』의 구조에서 예 실천의 주체는 천하의 중심으로서 황제가 아니라 결혼하고 출사해서 상향식으로 국가에 참여하는 사대부다. 즉, 『의례경전통해』의 내용과 순서에 입각해서 보았을 때 사가례가 왕조례를 의제했다기보다는 황가가 오히려 사가례를 준용했다고 봐야 한다. 즉 예의 ‘범형’은 황가가 아니라 사가에, 황제가 아니라 사대부에게 있다. 주자는 사대부의 시각에서 가정과 국가를 통합하고 그 통합된 사회를 일관된 예제에 의해 규율하고자 한 것이다.
주자의 이러한 시각은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자는 예와 문명의 주체를 왕조에서 사대부로 국가에서 사가로 전환한 것이다. 주자 『의례경전통해』의 구조는 이렇게 국가와 사가 혹은 황제와 사대부 간의 긴장 관계를 내함하고 있다. 이는 그의 예학이 단순히 생활 의례의 실용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권력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