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효 개념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부와 모를 동일한 공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근원인 부와 모에 대한 지위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른 위계, 喪, 제사, 한쪽이 돌아가셨을 때 재혼에 대한 자식의 의식, 자식들이 부와 모를 자신의 근원으로 여기는 가치가 같지 않은 점 등을 든다면 ‘효’에 대한 개념에 부모가 다른 위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교의 모든 가르침의 기본인 인의예지의 가장 중요한 실천 덕목인 효는 ‘사서’ 어디에서도 인간을 차별하고, 위계 짓는 의미로 언급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의 근원으로 마땅히 공경하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효’의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을 순임금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교는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지역적인 여러 층위와 영향을 받아 세속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본래 유교가 갖는 ‘효’의 본질적 의미에 남녀 차별적 가치관을 덧붙이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약 1600년간의 긴 세월 동안 여성을 가르치고자 쓴 여훈서 가운데 청나라 왕상이 네 명의 작가들의 책을 모아서 만든 『여사서』를 바탕으로 모범적이라고 제시되는 여성상을 어머니, 시어머니, 딸, 며느리로 역할을 나누어 효가 어떻게 가부장적으로 변용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