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종 이야기하기(multispecies storytelling)’를 통해 비인간과 인간 생명 사이의 종간 얽힘을 풀어가려는 시도다. 과학 연구자로서 실험 쥐를 마주했던 개인적 경험과 이 경험을 성찰한 학술토론회를 함께 반추하면서 실험 쥐와의 종간 만남을 한 편의 이야기로 재구성할 것이다. 20여년 전 쥐의 뇌를 연구하던 일과 그로부터 10여 년 뒤 이를 논의한 글에 관한 학술토론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실험동물과 인간 연구자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나는 개인적 경험들에 기초한 다종 이야기하기를 이렇게 시도하면서 종 간 관계 속 ‘함께 되기(becoming with)’에 기초한 과학적 실천과 관계 윤리에 다가가고자 한다. 동물과 인간의 얽힘은 역사적·지리적으로 위치 지워진 것이기 때문에 먼저 인간과 쥐의 자연사를 간략하게 조명하고 이어 연구자인 호모 사피엔스 종과 실험 대상인 래트 사이의 감각적·정서적 연루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실험실에서는 여러 종들 사이의 서로 길들여짐이 발생하며, 이 종들이 만드는 ‘동고의 생태(ecology of co-suffering)’라고 부를 수 있는 실천의 그물망이 형성된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이어서 이 동고의 생태에서 어렵게 건져내는 ‘응답과 돌봄의 과학’이 비인간과의 호혜적 선물 교환 논의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살펴볼 것이다. 스스로가 이런 생태계 속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민감한 몸을 만드는 과학자는 비록 폭력을 수반하더라도 동고의 윤리에 기초한 새로운 과학, 즉 응답과 돌봄의 과학을 실천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마지막에는 인류세 시대에 동물과 인간 사이의 다종적 이야기가 앞으로도 더 많이 필요하다는 강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