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언어적 차이로 사람을 차별 짓게 하고, 소문과 유언비어의 메커니즘을 통해 관동대지진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전후 대지진 발생 직후 펼쳐진 다문화 공생 속 변화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조선인 학살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대지진과 같은 재해나 재난 시에 발생하는 언어적 차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특히 외국인을 포함한 소수자(小數者)의 불합리적 대우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언어적 차별의 입장에서 관동대지진에 대해 살펴보고, 차별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는 다름이 아니라 언어에 기인하기 때문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긴박한 상황일수록 언어적 차별은 국적을 불문한다는 점이다. 관동대지진 직후 확산된 악의적 소문은 언어적 차이를 통해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별하였다. 그렇게 차별한 결과 대부분 피해는 물론 조선인이 입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적의 불특정 다수, 다시 말해 소수자이면서 지역 출신자들도 함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일본에서 재난 시 외국인과의 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느 정도 불편함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다. 관동대지진이 민족을 구분해가면서 언어로 차별을 종용했다면, 전후 일어난 재해 상황 속에서는 차별보다는 공생의 기조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음을 두 번의 대지진 직후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