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유미리가 도쿄 도심의 ‘야마노테선’ 연작을 시작으로『JR 우에노역 공원출구』를 거치며 도심과 지방을 잇는 ‘JR 시리즈’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일본사회에서 주변화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낸 작품세계를 고찰하고 그 비평성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야마노테선 연작에서 특히『JR 다카다노바바역 도야마 출구』는 작중인물이 일상에서 느끼는 고립감이나 죽음의 문제가 근대 일본의 식민과 전쟁에 무참히 희생된 사람들의 사장된 기록과 연결되어, 일본사회의 폐쇄성을 비판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JR 우에노역 공원출구』는 야마노테선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 도호쿠 지방을 잇는 ‘우에노’라는 공간을 통해 전후 일본이 걸어온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일본사회의 정점을 이루는 천황과 그 대척점에 있는 최하층 사람들의 배제된 삶의 역사를 대비시켜 천황제 사회의 명암을 극적으로 구성해냈다. 그리고 「JR조반선 요노모리역」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후쿠시마로 거주지를 옮겨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며 취재한 작자의 노력이 구체화된 작품으로,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이 직면한 문제들을 사회의 저변에 방치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로 환기시키는 시각이 매우 현실 비판적이다.
향후 유미리의 JR 시리즈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 없으나, 일본사회의 현실에 발을 딛고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엮어내는 작품세계는 일본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