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미국과 중국의 이념-제도 동학을 통해 양국이 어떤 혁신 체제를 구축해왔고, 이러한 혁신 체제가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영역에서 어떤 경쟁의 동학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중국의 혁신체제는 중앙과 지방 사이의 “느슨하게 연계된 체제”였으나, 시진핑 집권 이후 거국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가혁신구동발전전략(IDDS)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안보 국가의 전환 과정에서 안보적 목적을 강조하는 중국 중앙 정부의 AI 발전 전략은 지방 정부의 상업적 목적과 충돌하며 중앙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안보화된 중앙의 AI 전략은 미국 AI 전략과 공존의 공간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국가안보국가 역시 탈냉전 이후 상당 부분 와해의 과정을 겪었으나, 중국을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자로 지목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상업적인 행위자의 비중과 역할이 매우 큰 미국의 경우에도 연방정부의 AI 전략은 전반적인 기술 발전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적 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지정학적 주적이라고 인지하기 시작한 미중 양국은 새롭게 등장하는 AI 분야에서 매우 유사한 전략과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결국 양국의 인공지능 경쟁에서의 성과는 인공지능 정책 자체보다는 인공지능 기술 분야 육성에 대한 미중 양국의 지향점과 정책의 집행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중국은 거국체제를 강화하며 AI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중앙과 지방 사이의 불일치(discrepancy)를 일시적으로 축소시킬 수 있겠지만, 미국이라는 외부의 적에게 중국 역시 한층 강화된 국가안보국가가 필요함을 설명하는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 미국 역시 국가안보국가 체제 강화를 통한 AI 발전을 도모하지만 중국에 비해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