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조선 후기 김수홍이 제작한 『천하고금대총편람도』의 다양한 판본을 조사·수집하여 그들 간의 계보 관계를 검토하였다. 또한 김수홍의 지도를 17세기 중후반에 중국에서 조선에 유입된 다른 지도·지리서와 비교하여 가능한 저본 자료를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목판본 4종, 필사본 8종으로 총 12개 다른 판본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병오본-1이 원본이거나 원본과 가장 유사하며,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병오본-2는 전자에 의해 직접 번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박물관 소장 갑자본은 병오본-2를 바탕으로 번각되었지만, 후자 지도 중의 오류를 많이 바로잡아 병오본-1을 참조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천리대학 도서관 소장 병오본-3은 병오본-2와 갑자본 사이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천하고금대총편람도』는 중국의 ‘형승도’를 저본으로 하여 제작된 지도이다. 비록 김수홍의 지도와 ‘형승도’가 표면적으로는 매우 유사한 직방세계 중심의 세계지도를 보여주지만, 두 가지 내용을 검토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드러났다. 우선, 지도의 크기와 이로 인한 역사 및 지리 정보에 관한 주기의 양, 그리고 이를 표시한 방식의 차이가 매우 뚜렷하다. 이어서 부호의 사용 방식, 명나라의 각급 행적구역에 대한 수록과 표기, 그리고 경계선의 묘사는 서로 다르다. 또한 중원대륙의 산천에 대한 묘사, 그리고 역사와 지리 정보를 수록한 내용과 경향에서 명백한 차이를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변국·주변 세력에 대한 묘사와 인식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김수홍이 해당 지도를 제작했을 때 다른 지도와 지리서 자원을 활용했음을 입증하였다. 내용 비교와 김수홍의 생애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가능한 저본 자료를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나홍선 『광여도』 중 「삭막도」이다. 둘째, 명말 일용유서인 『만보전서』에 수록된 「이십팔수분야황명각성지여총도」 부류의 지도이다. 셋째, 『도서편』에 수록된 불교지도인 「사해화이총도」이다. 넷째, 송대 이래의 ‘우공도’이다. 다섯째, 『만보전서』, 『명일통지』 등 명나라의 지리서이다. 여섯째, 서구식 세계지도이다. 일곱째, 『삼재도회』에 실려 있는 「중국삼대간도」이다. 이 글에서는 최대한 많은 판본의 『천하고금대총편람도』를 조사하고 수집하려 노력했으나, 필자가 발굴하지 않은 판본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음을 감안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주로 목판본을 중심으로 그들의 내용과 특징, 그리고 계보 관계를 검토하였으며 필사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저본 자료 이외에도 더 많은 참고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한다. 이러한 부족한 점과 문제점은 향후 연구 과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