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으로 긴장감이 높아가던 1942년 함경북도 청진에 중등학교 학생들의 이과 교육공간을 표방한 ‘북선과학박물관’이 등장했다. 청진 일대 학교에서 교사를 차출하고, 학교의 기자재를 북선과학박물관에 가져와서 학교를 대신하여 이과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박물관에는 함경북도 자원과 이를 가공하는 각종 군수공장의 생산기계 그리고 최종 생산품이 주로 전시되었다. 과학박물관이 아니라 군수공장 일부를 옮겨놓은 것과 같았다. 실제 다양한 유형의 공장이 북선과학박물관 부지 내 박물관의 부설기구로 설치되었다.
이 박물관을 기획한 것은 함북도지사 오노 켄이치(大野謙一)였다. 그는 조선총독부 학무과장을 거쳐 1942년 학무국장이 되어 전시체제기 학생근로동원정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함북도지사로 부임한 오노가 북선과학박물관을 설립한 것은 함북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력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대륙병참기지 함북에는 각종 군수공업시설이 밀집해 있었으나, 노동력 수급이 상당히 어려웠다. 이에 도지사로서 오노는 학생 노동력에 주목했고, 이과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단순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과학박물관을 구상했다. 즉, 오노가 구상한 북선과학박물관의 실체는 군수공장의 생산과정을 체험하고 실습하는 근로동원을 위한 공간이었다.
북선과학박물관에서 이뤄진 학생근로동원 양상은 조선총독부의 교육정책과 보조를 맞추거나 앞서나가기도 했다. 1941년 수립된 북선과학박물관 계획에는 1943년 이후 실행된 학생근로동원의 양상이 이미 담겨 있다. 이것의 연결고리는 북선과학박물관 기획자이자 함북도지사 그리고 학무국장을 한 오노 켄이치이다. 오노가 학무국장이 된 이후 교육정책 차원으로 전개된 학생근로동원의 양상은 함북도지사 시절의 북선과학박물관에서 이미 실행되었다. 오노가 기획한 북선과학박물관은 학생들에게 함경북도 일대 군수공업 관련된 기술을 훈련시켜 중공업도시 함경북도에 필요한 ‘식민지 공장 노동자’를 양성하는 시설이며, 1940년대 학생근로동원정책 전반이 녹아 있는 시대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