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시진핑 정부가 내건 ‘중화민족공동체’에 관한 비판적 접근이다. 중화민족공동체는 한족과 소수민족이 일체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기존의 “화하(華 夏)와 이적(夷狄)은 다르다”는 것을 부정한다. 그리고 “화하와 이적이 일체임” 을 새롭게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차이를 인정한 공동체(一體)라는 전제조건이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중화민족공동체 구상의 실제 목표는 소수민족의 이탈 방지, 홍콩의 조기 반환, 타이완의 수복 등을 통한 중국 내부의 국민적·민족적 통합이라고 봐야 한다. 이로써 중국지도부는 한족을 중심으로 한 에스닉(ethnic)의 유기적 실체가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필자는 여기에는 pax sinica 지향의 대일통(大一統) 사상과 레닌주의적 정치시스템의 당 영도 원칙이라는 정체성의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고 본다. 동시에 조공체제의 사이(四夷)의 기억에서 비롯한 ‘중화적 종주권의식’도 개입되어있다. 이 글은 중국정부와 파워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 인식에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 분열과 통합, 국제사회 모델과 제국모델을 ‘나쁜 것’ 과 ‘좋은 것’이 아닌 공히 ‘정당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다원성은 국가가 위기를 맞았거나 분열되었을 때 보장된다. 소프트파워는 다원성이 보장되었을 때만 발전을 허락한다. 세계패권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중국은 역설적으로 한국과 같이 이웃나라에서 발신하는 중국 밖의 이야기를 무시해서는 자신들의 목표와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세가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첫째, ‘중화민족’과 중화내셔널리즘에 의한 한족 중심의 국가 통합구상은 소수민족에게는 억압과 예속을 의미했다는 것을 밝힌다. 더불어 중화인민공화국 이후 소수민족의 국민화작업은 ‘다원’을 삭제하는 과정이었다고 주장한다. 둘째, ‘동일성의 제국’을 추구하는 제국모델의 사상적 원천인 대일통 사상에 대해 비판한다. 중화민족공동체는 바로 이에 근거한 정책이다. 시진핑 정부에서 대일통은 ‘사상통일’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며 결국은 ‘동일성의 디지털 제국’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셋째, 대일통에 기초한 제국모델에 대항하여 국제사회 모델도 정당한 역사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은 다원성이 존중된다는 의미에서 평화와 공존의 모델이기도 하다. 이 모델 아래서 중국은 오히려 보편을 내장한 사상, 즉 소프트파워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