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까지 반전 입장을 고수하여 온 독일 사회주의자들이 어떻게 전쟁 수행에 협력하게 되었는가를 기존 영·미학계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조명하였다. 다수의 연구는 사회주의적 이상에 대한 ‘오판과 배신’ 또는 급격한 정세 변화에 따른 ‘체념과 수동성’의 맥락에서 이를 해석하였다. 그러나 독일 사회주의자들이 전쟁에 동참하게 된 배경에는 노동계급 일반의 민족주의적 주전론에 휩쓸렸다든지 제국정부의 탄압을 우려하여 부득이하게 동조했다는 ‘소극적’인 이유에 더해, 사회주의적 가치를 수호하고 장차 사회주의 실현을 앞당길 촉매제로 전쟁을 활용코자 하였다는 ‘적극적’인 이유도 작용하였다. 본고는 당시 독일 사회주의 세력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던 사회민주당과 자유노동조합연맹의 지도자들이 1914년 8월 이후 전쟁 수행에 협력한 논리를 ① 차르 전제정치에 맞선 사회주의 가치 수호, ② ‘유산자’ 대영제국에 대한 ‘무산자’ 독일의 투쟁, ③ ‘전시 사회주의’ 달성을 통한 노동계급의 권익 향상, 그리고 ④ 세계혁명에 대한 기대라는 네 가지 범주로 분석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전시 협력을 정당화해 주었던 사회주의적 ‘선의’는 역설적으로 전후 사회주의 세력의 분열과 나치즘의 대두로 귀결되었다. 1914년 독일 사회주의자들의 선택이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과 제3제국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궤적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유럽사를 풍미한 ‘혁명’과 ‘전쟁’ 간 상호작용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재조명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