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인간-동물’의 관계를 문화적 관점에서 고찰하려는 연구의 하나로, 연구대상은 아이누의 곰 제의 및 곰 신화이다. 아이누의 곰 제의 및 곰 신화는 구조적 상동성(構造的 相同性)을 이루고 있어, 제의와 신화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태철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 등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지만, 그 연구 필요성에 비해 심층적 연구는 미비한 편이다. 이에 필자는 아이누의 곰 제의 및 신화 자료가 나타내는 제의적이며 신화적인 의미를 1차적으로 검토한 후, 그 제의적이며 신화적 의미 및 ‘인간(아이누)-동물(곰)’의 관계 등에 내포된 신화철학적(神話哲學的) 함의(含意)는 무엇인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아이누 사회에서 곰은 인간의 가족 제도에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인격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동물로 인식되었다는 점(즉, 가족의 범주를 자연계로 확장), 인간과 곰은 상호 평등과 존중에 바탕을 둔 교환관계 및 순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인간의 집단적 의사 표현행위인 제의(이오만테)와 1인칭 시점으로 발화(發話)되는 신의 자서(自敍)가 이러한 관계의 구속력(拘束力)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제의적이며 신화적인 시스템이 잘 유지되어야 인간과 자연이 공생, 공존할 수 있다는 신화철학적 함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