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와 공제는 실무상 유사한 개념으로, 또 유사한 기능을 하는 제도로 이해되어 왔지만 민법이 ‘채무소멸’의 원인으로서 상계의 요건과 그 효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공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 관계로 그 동안 ‘공제’에 관한 법리는 실무 관행과 이를 지지하는 판례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
판례는 그 동안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과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한 채권 상호간, 공사도급계약에서 선급금 반환채권과 공사대금채권 상호간 등 계속적 거래와 관련하여 보증금이나 선급금 명목의 금원이 지급되는 관계에 한정하여 공제를 허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5다69990 판결은 당사자 사이의 ‘공제합의’를 근거로 공제를 허용하는 판단을 함으로써 법률관계의 객관적 성격이 아닌 의사적 요소에 의해서도 공제가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공제에는 자기집행기능이 있으므로 공제채권자는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지만, 상계와 달리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만일 제한 없이 공제를 허용할 경우 제3자의 지위는 불안하게 될 우려가 있다. 뿐만아니라 채권자의 평등한 취급이 요구되는 도산절차에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상계제한을 잠탈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공제가 인정되는 법률관계를 확장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하고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쉽게 허용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