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여말선초에 제기되었던 서적의 부족 문제와 그것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鑄字所의 관계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선의 태종은 1403년 활자 주조를 담당하는 주자소를 설치하였고, 조선에 서적이 적어서 유생들이 볼 만한 서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서적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이미 고려말부터 제기되고 있었기에, 일반적으로 여말선초 서적이 부족한 문제는 유생들을 위한 서적이 부족한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주자소를 설치했다고 본다. 이에 필자는 여말선초 서적의 상황을 분석하고, 주자소에서 인쇄한 서적들을 조사하였다. 조선은 건국 이후 새로운 질서 체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필요한 서적들은 대다수 보유하고 있었고, 양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에 주자소에서는 각 관청에서 필요한 다양한 서적들을 금속활자로 인쇄하였고, 중국에서 새롭게 편찬된 서적들 중 일부는 조선으로 들여와 목판으로 인쇄하였다. 조선은 주자소를 통하여 서적의 종류와 인쇄 목적에 따라 금속활자와 목판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결론적으로 주자소는 서적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조선의 체제 질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설치되고 운영되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