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화된 인지 이론의 한 갈래인 실행적 인지 이론은 객관적 과학과 주관적 경험 간의 ‘설명적 간극’을 극복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하여 ‘현상학의 자연화’를 기획하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상학에 고유한 방법은 ‘환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학에서 환원이란 ‘자연적 태도’에 대한 ‘판단중지’인데, 메를로-퐁티는 후설 현상학에서 환원을 거쳐 ‘초월론적 의식’의 작용을 통해 세계의 존재를 구성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이러한 환원의 방식은 관념론이라는 오명을 쓰기 쉽고, ‘경험의 현상적 특성’을 끝내 놓치고 마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는 세계의 현상성을 드러내기 위해 그로부터 모든 현상이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는 궁극적 근원으로서 ‘현상적 장’으로의 환원을 단행한다. 이러한 현상적 장으로의 환원은 객관적 과학이나 주관적 경험의 양자택일로 결코 환원될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차원을 개시(開示)해 주는데, 여기서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실행적 인지 이론 간의 공통적인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실행적 인지이론의 현상학의 자연화와 메를로-퐁티 현상학의 환원은 세계와 연루되어 있는 신체의 이중성으로 인해 가능할 수 있다. 후설은 3인칭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몸으로서의 ‘객관적 신체’와 1인칭적 관점에서 체험하는 몸으로서의 ‘주관적 신체’를 구분하고 메를로-퐁티도 후설의 이러한 구분법에 따르고 있다. 실행적 인지 이론은 현상학에서 기술하는 신체의 이중성을 ‘체화’의 이중성으로 해석하며 주관성과 객관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체화를 통해 현상학의 자연화 기획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다음으로 실행적 인지 이론의 현상학의 자연화를 중심으로 체화된 인지 이론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의 관련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실행적 인지 이론에서 ‘생명’이 ‘자가생성’하는 자율적인 체계로서 ‘의미 만들기’를 통해 세계와 맺는 지향적 관계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서 의식의 차원이 아닌 행동의 영역에서 성립하는 ‘신체적 지향성’ 및 ‘운동적 지향성’과 비교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메를로-퐁티가 말한 신체가 ‘세계에로의 존재’로 존재하는 방식과 실행적 인지 이론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생명이 환경과 구조적으로 연합하여 뇌-몸-환경의 결합체를 형성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대비하여 논의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이 논문에서 메를로-퐁티 현상학을 통한 체화된 인지 이론에 대한 이해와 동시에 체화된 인지 이론을 통한 메를로-퐁티 현상학에 대한 이해라는 상호적 이해의 증진을 도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