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의 장편 SF 『지구 끝의 온실』과 『파견자들』은 먼 우주나 외계 존재가아닌 지구의 생태계를 배경으로 대안적 미래를 사유한다. 두 장편은 팬데믹과 기후 위기를 경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화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오염과 면역의 수사를 거쳐 면역정치적 국면을 형성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에스포지토에 따르면 근대 면역화 패러다임에서 고유성의 공동체는 바깥에 대한 예방적 폭력에 근거했다. 반면 그가 새롭게 제안하는 면역 이론은 오히려 타자에게 자기를 개방하는 상호 열림의 공동체를 생성하는 힘을 갖는다.
본 연구는 『지구 끝의 온실』과 『파견자들』에서 폐쇄적 도시가 오염된 생명에 대해 행하는 면역정치를 근대 면역화 패러다임의 형상화로 독해한다. 나아가 두 소설에서는 오염된 생명들은 근대 면역화의 폭력성과 오염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는 대안적 존재 방식과 삶이 발견된다. 그 대안적 존재와 삶은 분쟁적인 공진화 과정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통해 상호 열림을 실현함으로써 ‘나’로부터 ‘우리’를 생성한다. 이처럼 김초엽의 장편소설은 팬데믹 이후 생명과 공동체의 불안을 넘어 이질성을 향해 열리는 공동체 즉 전염을 특징으로 하는 공동체를 발견하는 대안적 사유로 독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