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원작 『꿈의 노벨레』의 작가로 알려진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정신분석학을 미학적으로 구현하여 인간 심연의 세계를 예리하게 문학으로 형상화해낸 세기말 빈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호프만스탈에 의해 ‘단편소설과 드라마 두 영역에서 집필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철저히 예술가’였다는 격찬을 받은 바 있는 슈니츨러는 서사 장르와 극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드라마와 소설 집필에 두루 탁월한 역량을 보인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의 작가 수용 양상은 그를 의식의 흐름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훌륭한 소설가로만 주목한 경향을 보인다.
슈니츨러가 작가 활동 초기 소설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아나톨』, 『라이겐』, 『초록 앵무』가 단막극이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초기의 이 대표작들이 당시 유행하던 단막극 형식의 변주를 통해 자신에 대한 주권을 상실한 인간의 무력함을 인상주의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면, 세기전환기를 기점으로 사회문제로 작품 세계의 외연을 확장해간 슈니츨러는 자신의 사회 비판적 문제의식을 담아낼수 있는 형식으로서 ‘희극’에 주목하고, 독특한 희극관을 펼친다. 이에 본고에서는 슈니츨러가 희극으로 명명한 세 편 중 사회 비판적인 드라마 『베른하르디 교수』와 『핑크와 플리더부쉬』를 중심으로 슈니츨러의 희극에 대한 독특한 이해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두 작품의 분석은 작가의 희극관이 동시대의 희극적 경향과 맥을 함께하면서도, 그에게 희극이 무엇보다 내용, 주제적 층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이를 통해 본고는 무대를 통해 사회 비판을 꾀했던 슈니츨러의 극작가로서의 면모를 제고하여, 소설가로서만 주목받아 온 슈니츨러 대한 종래의 인식을 확장하고 다각화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