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프리츠 랑의 초기 유성 영화인 〈마부제 박사의 유언 Das Testament des Dr. Mabuse〉(1932/1933)에 나타난 매체적 특성과 그 의미를 고찰한다. 〈마부제 박사의 유언〉은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의 영화 매체의 전환기에 나타나는 특성, 즉 무성 영화의 특징인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소리 유형 그리고 이미지와 소리의 상관관계를 보여 준다. 영화는 특히 라디오, 축음기, 확성기 등의 청각적 매체의 발전 시기와 맞물려 이들 매체가 갖는 아쿠스마티크의 특성을 활용하여 아쿠스메트르의 편재와 전지전능함을 그려 낸다. 실제로 나치는 권력자의 힘을 드러내고 강화시키는 데 아쿠스마티크 매체를 이용하였다. 영화는 1930년대 초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의 시대적 상황을 담아내고 시각적, 청각적 매체가 범죄의 네트워크에 사용되었음을 보여 주면서 마부제가 계획하는 범죄의 통치와 제3제국의 유사성을 형상화하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혼란과 범죄 및 나치와의 연관성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마부제라는 빌런, 범죄자를 다룬 오락물의 성격에서 벗어나 사회적, 정치적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프리츠 랑은, 매체들을 이용하여 실재를 대체한 시뮬라크르가 갖는 조작의 힘을 폭로한다. 마부제 박사의 유언〉은 현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도 볼 수 있는 권력 구조에 대한 인식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실재를 감추고 조작하는 매체의 특성에 대해 사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