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학이 소장한 전국시대 죽간에는 이윤 관련 문헌이 5편 존재한다. 『윤지(尹至)』, 『윤고(尹誥)』, 『적곡지집탕지옥(赤鵠之集湯之屋)』, 『탕처어탕구(湯處於湯丘)』, 『탕재시문(湯在啻門)』이 그것이다. 5편 모두 한대 이후 전승되지 않고 사라져 버린 고일서(古逸書)에 속한다. 본 논문은 이 5편 가운데 『탕처어탕구』라는 문헌의 대략적인 내용과 그 사상적 의미를 확인하려 한다.
『탕처어탕구』에서 이윤은 유신씨의 여성이 탕에게 시집올 때 잉신(媵臣)으로 오게 된다. 탕은 조화로운 요리를 만드는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군주와 백성과의 관계에 조화를 달성할 것을 기대하며 그를 발탁한다. 이후 이윤의 대우에 관한 탕과 신하 방유의 문답, 그리고 하나라 정벌을 위한 탕과 이윤의 문답이 이어진다. 이 속에서 조화[和], 자기 사랑[自愛], 백성 사랑[愛民]을 통한 군민 관계와 복종하는 신하, 부르지 못하는 신하라는 군신 관계에 대한 논설이 펼쳐진다.
이러한 사상들은 전래문헌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특히 본편의 자기 사랑[自愛]이라는 개념의 자기라는 범주는 통치자는 물론 피통치자까지 포함하는데, 이는 다른 문헌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한편 전래문헌을 통해 보면 자기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는 분명 중국 고대 사상계 어느 정도 논의되었던 것 같지만, 점차 자취를 감춰간 듯 보인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사상사 속에서의 자기 사랑의 자취에 대한 추적을 아울러 시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