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라투르(Bruno Latur)는 말한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가능했던 방식대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없을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다.” 자연과 인간 문화의 얽힘(etanglement)의 결과인 기후위기는 인간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해온 방식- (ⅰ) 이론적 담론에 있어서는 자연과 문화의 이원론, 인간중심주의, 성장주의를 (ⅱ)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노동, 소비를 포함한 삶의 양태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것을 추동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노동법이 해소하고자 했던 자본주의 종속노동의 모순, 그 이면이자 그 너머로서 인류세의 노동법이 추구하는 노동하는 주체의 존재 양식, 이를 위한 노동조건을 새로이, 그리고 다시 그릴 것을 추동한다.
우리의 삶도, 노동도, 이론도 이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 조응하며, 다시 지금, 이 순간 ‘해방’을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연구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본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첫째, 인류세의 노동법이 추구하는 노동하는 주체의 존재 양태와 그 존재 양태를 가능하게 하는 역량의 내용을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인류세의 노동법이 추구하는 노동하는 주체의 존재양태로서 애나로웬 하웁트 칭(Anna Lowenhaupt Tsing)이 제기한 소외의 문제를 넘어, 지금, 이곳- 즉, 인간, 비인간 행위자가 얽혀 있는 지구-으로 우리의 주의, 의도, 행위를 둠으로써, 일상과 노동을 아우르는 개인의 삶 전반에서 자연, 문화의 공진화(co-evolution)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지향하며, 이러한 존재양태를 가능하게 하는 인류세의 노동법이 주목할 역량으로서 존재의 역량, 관계의 역량, 행위의 역량을 제안한다.
둘째, 본 연구는 인류세의 노동법이 지향하는 역량, 존재양태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조건으로서 근로시간 단축과 적정임금제도를 제안한다. 근로시간과 임금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건일 뿐만 아니라, 생존을 비롯한 삶이라는 존재양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근로시간 단축, 적정임금 보장이 직접 비인간 자연의 안녕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져올 노동하는 주체들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그들의 존재, 관계, 행위의 역량을 고양하며, 비인간 자연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 나아가 근로시간 단축의 구체적 방안으로서 법정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근로에 대한 시간보상, 연차유급휴가 제도 개선을 제안한다. 또한 적정임금 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32조제1항을 검토하고, 적정임금제도의 실행 방안으로서 업종별 노사정협의체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