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마그나카르타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법치주의가 발전한 나라이다. 또한 해상력을 이용하여 오랫동안 전세계 많은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 당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국가들은 현재까지도 식민지배 당시의 영국 문화, 제도 등이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단순히 문화, 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영국은 법치주의의 이념을 단순히 본토의 정치, 제도에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의 통치도구로 이용하였으며, 이는 식민지에 근대화를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거나, 식민지 스스로가 위 법치주의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영국의 주요 식민지였던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영국의 보통법 시스템을 넘어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성문화 과정을 통해 근대 법령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은 인도의 경우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라고 판단하였으며, 그 중요성에 착안하여 법치주의를 인도에 대한 통치도구로 적극 활용하였으나, 오스트레일리아는 법치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민법은 각 국가별로 고유한 영역이 있다고 인식되어 성문화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으나, 형법의 경우 제국 권력의 효율적인 통치수단으로 사용되었으므로 민법보다 신속하게 성문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식민지의 이러한 흐름과는 반대로 영국 내에서는 본질적인 의미의 성문화가 진행되지 않은 채 보통법 시스템이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법치주의가 가장 먼저 발달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내에서도 제레미 벤담 등 형법의 발전과 효율적인 통치를 위하여 성문화를 진행하여야한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영국은 기존 보통법 체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상태에서 법조인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조인 출신이 다수 의회를 구성하고 있어 법조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던 당시 정치적 상황, 영국은 식민지를 지배하는 나라로서 식민지와 동일한 법의 형태를 가질 수 없다는 우월의식 등으로 인해 본질적인 의미의 성문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보편적인 법으로 인식되던 형법도 현재는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범죄가 다양화되어 심도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성문화를 추진하여 다양화되는 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