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조선후기 국문문학 장르들을 중심으로 당대 예술장르의 구성원리와 미적 원리를 살피고 비교문명론적 시각에서 근대전환기 동아시아 예술의 특질과 그 의미를 추적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오늘날의 ‘포스터모던’한 여러 예술현상에 대한 문명사적 전망을 얻고자 하였다.
조선후기 국문문학은 사실성의 확보가 아니라 기호의 재현에 관심이 있었다. ‘반복을 통한 재현’은 조선후기 국문문학 장르뿐 아니라 민화 같은 인접 예술장르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동아시아는 자연과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일원론적 사유체계를 가졌으며, 그에 따라 예술에서 서양과는 구분되는 특질을 보여주었다. 동양적 사유는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전제로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서양의 그것과는 달랐다.
근대와 후기근대를 지나며, 예술에서는 동서양의 사유가 섞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관념과 해석이 중요해지고, 그 작가마저 ‘과잉된 주체’의 역할은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작가의 후퇴’를 통해 근대 이후 작가가 대변하던 견고한 근대적 주체의 해체가 시도된다. 근대 너머의 문턱에서 ‘과도한 주체’를 극복하고자 할 때, 타자와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일은 필연적이다. 전근대, 동아시아의 이러한 생각들로부터 적극적으로 탈근대적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