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곤(茅坤)의 고향인 호주(湖州)와 연접해 있던 항주(杭州)는 명대 문인들의 문인시사 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지역 중의 하나로서, 여러 계층의 문인들이 모여서 함께 시문을 창작하고 문학적 교류를 했던 장소이다. 본 연구는 모곤의 작품을 통하여 모곤이 참여했던 명대 항주 지역 문인시사의 구체적인 모습을 조명해보고자 하였다. 모곤은 가정 연간 44세의 나이에 관직을 떠나 귀향한 후 약 46년 간 저술 활동에 매진하고 가업의 경영에 힘쓰는 한편, 고향 근처의 산수를 유람하기도 하였다. 모곤은 인근의 항주(杭州) 지역을 자주 유람하면서 그 지역의 문인시사에 참여하고 문인들과 교류하였는데, 그가 활동한 곳은 ‘서호시사(西湖詩社)’와 ‘고산사(孤山社)’였다.
모곤은 서호시사와 고산사의 문인들과 함께 항주의 명소를 유람하고 연회를 즐기면서 관련 명소와 시사 활동을 제재로 삼아 많은 시 작품을 남겼다. 모곤과 시사의 문인들은 서호에 배를 띄우고 유람을 하거나 고산(孤山)의 유명한 사찰이나 오산(吳山)의 도원(道院)을 찾아가 경치를 보고 불경을 함께 듣기도 하였다. 또 그들은 함께 연회를 베풀며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였고, 몇 명씩 나누어 바둑을 두고 분운(分韻)하여 시를 짓기도 하였다. 문인시사에 참여한 문인들은 함께 자연 경관을 감상하고 연회를 즐기며 시를 창화하는 문화생활을 향유하였으며, 시문을 짓고 교유하면서 지역 문화의 번영에 일조하였다.